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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면] 더갓너메 이야기3 ― 씨라도 좀 갖다주제, 씨라도 좀 갖다주제

장흥문화원 2017. 11. 9. 09:58

 

 

 

더갓너메 이야기3 ― 씨라도 갖다주제, 씨라도 좀 갖다주제
▶ 더갓너메가 애지중지 돌보던 호박이 있었다. 씨앗을 받아서 내년에도 심으려고 절대로 따 먹지 않고 남겨두었던 그 크고 좋은 호박이 세상에, 어느 날 아침에 깨어보니 사라지고 없었다. 더갓너메, 너무나 속상하고 원통하여 “씨라도 좀 갖다 주제, 씨라도 좀 갖다 주제”라고 탄식하였다는 이야기.

 

 

더갓너메네 헤르빠께 보면은 인제 헤르빠께라 그래, 인자 입구라고 그러는데….
- (세, 세팍….)
뭐 세팍이라고 그라나 헤르빡이라 하나, 우리는 헤르빡이라 그래, 우리 촌말로. 헤르파께라고 뭐 그런, 그러는데 일명 칙간이라고, 칙간, 우리는 칙간이라고 그래, 칙간….
- (칙간은 화장실 아니에요?)
화장실, 화장실. 거기에 인자 이렇게 호박을 이렇게 옛날에 많이 심잖아요. 더갓너메도 인자 거기에 호박씨를 한나 심어가지고 호박을 갖다 이렇게 딱 심어 놨는데 인자 우리가 여… 그 전에 보면은 이렇게 인자 두엄을 많이 줬는데 더갓너메는 뭐 제일 좋은 거름이 사람 인, 인분이라고 그러제. 그게 최고 거름이어가지고 그거까지 해가지고 그렇게 애지중지 킨다(키운다) 말이여. 심지어 우리가 옛날에 지금은 거의 다 쓰레기로 다 가지만, 밥을 먹고 나면 그 음식물 찌꺼기가 나오잖아. 그걸 전부 다 거름으로 쓴 거여. 더갓너메는 그 거름 어디에다 줬냐? 꼭 그 호박 구덩이, 거기에다만 줘. 그러니 호박이 얼마나 잘 크겠어? 두엄두엄 잘 크고 그러니까 초가지붕에 이렇게 호박넝쿨이 쑥 퍼지고, 꽃도 피고 그러니까 인자 호박들이 많이 열렸을 거 아니여? 그러니까 그 호박을 갖다 어느 정도 크고 그러니까 한나 한나씩 따서 인자 반찬도 해먹고 뭐 호박국도 끓여 먹고 하여튼 여럿 해서 이렇게 했는데, 아니 나 같으면은 제일 거기에 이렇게 여러 개 있는데 그 큰 호박을 딸 것 같은데 더갓너메는 그 호박은 절대로 안 따. 꼭 그보다 못한 그 호박들만 이렇게 주엄 골라서 따서 묵고 따서 묵고 그런단 말이야. 그래서 더갓너메는, 왜 나 같으면은 저 제일 큰 저 호박을 먼저 따 묵고 다른 놈은 더 컸을 때 따 먹으면 좋을 텐데 그 큰 호박은 절대 안 따 묵고 그보다 못한 호박들만 항상 따 묵어. 그래서 나중에 알고 봤더만 더갓너메는 욕심이 있었었어. 무슨 욕심이었냐면은 그 호박에서, 제일, 호박에서 제일 좋은 씨를 받어 갖고 이 씨 가지고 내년에 또 심어가지고 또 요렇게 해야 쓰겄, 해서 먹어야 쓰겠다, 그 욕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들은 그거를 몰랐던 거야. 그래서 의아하게만 생각했지, 왜 저 호박을 갖다 안 따 묵는다냐, 아 너도 나도 집에 딱 있으면은 사람이 제일 좋은 거 먼저 딱 가게 딱 돼 있잖아. 그란데 더갓너메는 그놈만은 절대로 딱 안 따고 이렇게 애지중지하면서 쑥 가지고 왔어. 그래 인제 가을이 되어가지고 인자, 인자 어느 정도 호박 넝쿨도 시들고 그러니까 호박도 거의 다 따먹었어. 그 한나는 지금까지 남아 있었는데 인자 서리가 오기 전에 저놈을 따 가지고 호박씨를 이렇게 할란다 그렇게 남겨 뒀던 것이여. 그란데 오늘도 있었었고, 어제도 있었었고 그랬는데 하루저녁 아침에 일어나서 딱 와서 보니까 이 호박이 없어져 버렸던 거야. 아니 이, 아니 그 먹고 싶은 호박을 갖다가 애지중지해서 이른 봄부터 키워가지고 그걸 제일 좋은 걸 이렇게 딱 놔놨는데 그게 없어져버린 거야. 이것 참 억장이 무너질 일 아니겠어? 그냥 뭐 다른 호박들처럼 대수롭지 않게 없으면 없는갑다 있으면 있는갑다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게 애지중지한 호박씨가 없어져 버렸으니 호박이 없어져버렸으니 얼마나 원통했겠어? 그래서 더갓너메가 한참을 있다가 하는 말이 뭐라고 한 줄 알아? 아마 지금 같은 사람이었다면 아마 나 같았으면 이랬을 것 같애. 이놈을 누가 따 갖는가, 이 범인을 잡아주라. 아마 파출소에 아마 고소를, 지금 같으면 찾아가지고 어제 새벽에 도, 도둑을 맞아버렸는데 범인을 잡아가지고 변상을 시켜야 쓰겠다, 뭐 깜빵에라도 보내야 쓰겠다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더갓너메는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아마 못했을 것 같애.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탁 치며] “씨라도 좀 갖다 주제, 씨라도 좀 갖다 주제…! 아, 씨라도 갖다 주제… 아니 호박은 이미 너거들한테 다 먹더라도 그래도 씨라도 갖다 줬으면 오직 좋겠냐 이래서 씨라도 좀 갖다 주제, 씨라도 좀 갖다 주제….” 그렇게 탄식했다고. 이야기 된가?[웃음]

 

 

 

 

 

 


자료번호 / 06_12_10_FOT_20160905_YJS_0003
제보자(구술자) / 이제석(남, 56세, 동구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