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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면

[회진면] 더갓너메 이야기4 ― 오메, 내 풀차두

장흥문화원 2017. 11. 9. 10:03

 

 

 

더갓너메 이야기4 ― 오메, 내 풀차두
▶ 노름에 빠져 사는 아들을 둔 더갓너메. 이 웬수같은 아들이 금고며 지갑이며 가방 역할까지 하는 자신의 풀차두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잘 알기에 24시간 이것을 허리에 둘러매고 지낸다. 어느 날, 이 풀차두 속에 든 돈을 두고 더갓너메와 옆집 아짐이 주고받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된 아들, 더간이 풀차두를 훔칠 요량으로 안마를 해주어 더갓너메는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게 되고, 더간은 이 틈을 타 면도칼로 풀차두를 잘라서 가져가 버린다.

 

 

‘오메, 내 풀차도’인데…. 풀차두라는 것이 뭐냐면 옛날에는 이렇게 여름 같은 경우 되면 옷을 갖다가 까칠하고 이렇게 예쁘게 단정하게 하기 위해서 풀을 맥여, 풀을, 전부다. 인자 이렇게 밥을 이렇게 해가지고 이렇게 이런 포대가 있잖아, 포대가. 거기다 밥, 죽을 넣어가지고 [손짓을 해 보이며] 이렇게 해가지고 풀을 멕인단 말이야. 그 풀차두를 항상 차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 풀차두 인자 풀차두. 풀차두. 어, 풀차두. 풀차두가 있는데 그걸 항상 여기에 차고 다닌단 말이여. 그란께 인자 그 풀차두가 일명 무슨 용도냐? 인자 더갓너메에게 있어서는 호주머니는 기본적인 역할인 것이고, 호주머니는 기본적인 역할인 것이고 지갑 기능도 있어, 지갑 기능. 뭐 돈 같은 것 넣고. 그라고 또 그것 뿐만 한 것이 아니고 요놈을 인자 허리에 차고 다니니까 혁대, 허리띠 역할까지 하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금고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여, 금고 역할까지, 이 풀차두가. 왜 그렇게 됐냐면은 아니, 돈을 어디에다 집에다가 뭐 변소에나 뭐 쌀독아지에나 거름베닐에 다 이렇게 숨겨놔도 이놈의 아들놈하고 이 아부, 더간네 아부지는 귀신같이 그 돈 냄새를 맡은가 몰라 아무튼. 그놈을 다 찾아버려. 그런께는 돈을 갖다가 어디 놔둘 데가 없는 거여. 물론 그때 당시에 뭐 은행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설사 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은행을 어떻게 이용하는 방법도 잘 몰랐을 것이고, 또 은행이 있더라도 그 돈을 돌바갔을지… 은행을 믿을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돈 번 것을 갖다가 어디 집안에 숨겨놓을 데가 없으니까는 그 풀차두에 넣어가지고 다녀. 그 풀차두는 가방 역할까지도 하는데, 왜 왜 가방 역할 하는 줄 알어? 옛날에 이렇게 뭐 이렇게 잔치가 있고, 또 이 집에 가면은 이렇게 인자 뭐 발짱 같은 데나 집에다가 뭐 거렁이라고 그래, 거렁이.

- (거렁지?)
거렁지라고 그러는가? 뭐 거렁지라고도 하고 거렁이라고 하고. 떡이나 이렇게 고기 같은 걸 싸서 줘. 그걸 알아요?
- (거렁지에요?)
그걸 싸주면 그놈을 그대로 들고 오는 게 아니고 그것도 풀차두에 넣어가지고 인자 가지고 와. 그 정도로 더갓너메에게 풀차두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런 풀차두여. 그렇게까지 하는 거렁지인데, 아니 돈 어디다 숨겨 놓으면 이놈 아들놈이나 웬수놈의 거기 자기 신랑이 다 찾아 써분께는(써버리니까는) 도저히 놔둘 데가 없은께는 여기에다 넣고 다닌 거야. 이 풀차두는 24시간, 1년 내내 차고 다니지. 심지어 잠잘 때도 차고 다녀. 왜? 언제 자기 아들이 또 어디에 놔 놓으면 가지고 갈지 모른께 항상 뚝 둘러매고 잔단 말이야. 근데 인제 하루는 자기 신랑이 얼마나 미웠든가 내 신랑을, 내 서방을 죽인 사람은 200만 원을 준다, 200만 원을. 아니, 60년대에 200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나 정확히 잘 모르네. 지금은 2천만 원도 더 되겠지.

- (2억쯤 할 거야…. [웃음])
그러지. 아니 그때 당시에 뭐 200만 원, 60년도 참고로 내가 알고 있는데 얼마나 큰돈이겠어? 그란데 인자 그 옆에 당골네란 아짐이 있었는데 같잖게 보이겠잖아. 아니, 니가 200만 원 돈이, 그 큰돈이 어디가 있다냐? 아 그렇게 핀잔을 주면서 이야길 한 거야. 그란께 더갓너메가 얼마나 성질이 난가(나는가), [돈을 꺼내 보이는 손짓을 하며] 픽, 딱 이렇게 내준 거야. 물론 그때 당시에 만 원짜리가 있었던 것도, 5만 원짜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잘해 봐야 10원짜리, 뭐 5원짜리 뭐 그 정도밖에 안 되… 뭐 1원짜리 지폐… 그 얼마나 되겠어, 몇 만원 내가 보기엔 안 됐을 것 같애. 그란께 인자 풀차두에 (손을) 풍 넣어갖고 돈을 딱 보여 준 거야. “여깄다 여기, 내가 없는 줄 아요?”그렇게 인제 한 거야. 그란께 인자 마침 그때 더갓네 아들이 낮잠을 자고, 낮잠을 자고 있었어, 낮잠을. 그란데 인자 더갓네 아들은 그 앞날도 노름 해갖고 돈을 싹 잃어 불고, 사실은 인자 어제저녁에 인자 자기 집에 있는 독아지에 그 쌀이 있는데 쌀이 있는 그 독아지의 쌀을 갖다가 싹 퍼내갖고 그놈을 갖다가 솔께비 있잖아, 솔나무를 갖다가 도가지에 싹 그놈을 채워놓고 위에다만 쌀을 싹 입혀논 거야. 그래갖고 그 쌀을 팔아갖고 노름을 했는데 그 돈까지 잃어불고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거야. 구제불능이지. 아니 그래서 노름을, 다시 인제 본전 생각은 나고, 돈은 다시 노름 할 돈은 없고 그러고 있는 찰나에 자기 엄마하고, 더갓너메하고 그렇게 말다툼한 걸 봤니 얼마나… 그래서 자기 더갓네 이놈은 저놈을 어떻게 쎄비를 할까, 다시 훔칠까 그 궁리를 한 거야. 일명 쎄비라고 하지. 쎄비 뭔 말인지 알어, 쎄비?
- (훔친다고….)
어어. 그래 인제 아무리 생각을 하고 그라고 있는데 하여튼 궁리를 인자 한 거야. 그란데 인제 평상시 같으면은 더갓네 아들이 낮잠 자고 밤에 나갈 것인데 그날따라 나가지도 않고 딱 밥도 일찌거니 먹으면서 자기 엄마 옆에 와 가지고 이렇게 등도 주물러주고 팔다리도 주물러… 요새 얼매나 고생이 많으냐고, 자기 어매를 일명 ‘꼬신’ 거야. 그란데 더갓너메가 그 아들 꼬임에 넘어가겠어, 안 넘어가지, 지금까 지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닌데. 아니 그런데 인자 아무튼 얼마나 피곤했던가, 아들의 이런 손길에 인자 더갓너메 딱 잠이 딱 들어분 거야. 딱 잠이 들어부렸는지 더갓네 아들이 낮에 내에 그놈을 궁리한 것이 뭐였냐? ‘옳지 이때다!’ 호주머니에서 면도칼을 딱 내갖고 자기 엄마가 잠자고 있는 그 풀차두를 쓱싹 잘라버린 거야. 자기 엄마는 모르고 잠자고. 그놈을 조심스레 낚고 또 노름방으로 간 거야. 아니 그런데 더갓너메는 잠결에 요렇게 요렇게 하다가 이렇게 본께 풀차두가 없어져버린 거야. 오 마이 갓! “오메 내 풀차두, 풀차두…!”그라고 밤새도록 통곡을 했는데, ‘아, 내가 웬수 새끼를 낳았구나!’ 그라고 밤새 통곡을 하면서 지새웠는데 주위 사람들이 말하기를 옛날에 그런 ‘서방 복이 없으면 자식 복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더갓너메는 서방 복이 없더니 자식 복도 없구나‘ 그라고 안타까워했더라….[웃음]

 

 

 

 


자료번호 / 06_12_10_FOT_20160905_YJS_0004
제보자(구술자) / 이제석(남, 56세, 동구마을)